내 손으로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해 식탁에 올리는 것만큼 홈가드닝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잘 보여주는 일도 없습니다. 홈가드닝을 시작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장바구니에 담는 모종이 바로 대파와 상추입니다. 키우기 쉽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도전해 보면 대파는 중간에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고, 상추는 손가락 한 마디 만하게 자라다가 성장을 멈춰 서운했던 경험이 한두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마트에서 사 온 대파 뿌리를 대충 물에 담가두기만 하면 무한 리필로 먹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주방 가득 진동하는 썩은 양파 냄새와 정체 모를 날벌레들을 마주하고는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냈었죠. 실내에서 채소를 키울 때는 그에 맞는 명확한 생장 원리와 요령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실패 확률이 낮은 대파와 상추의 재배 기술을 수경재배와 토양 재배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꼼꼼히 짚어보겠습니다.

난이도 최하, 쓰레기를 식재료로 바꾸는 대파 재배의 기술

대파는 뿌리만 살아있으면 놀라운 속도로 새 순을 밀어 올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흙에 심기 부담스럽다면 물로만 키우는 수경재배로 감을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물로 키우는 수경재배는 '물 깊이'가 전부입니다. 마트에서 대파를 고를 때 뿌리에 흙이 촉촉하게 묻어있고 흰 대 부분이 단단한 것을 고릅니다. 뿌리 위쪽으로 흰 대를 약 5~7cm 정도 남기고 윗부분은 요리에 사용합니다. 남은 뿌리 부분을 물에 담가두면 되는데, 이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대파 전체가 잠기도록 물을 가득 붓는 것입니다. 대파 줄기는 수분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쉽게 무르고 썩습니다. 물은 오직 '뿌리 가닥'만 살짝 잠길 정도로 아주 얕게, 약 1~2cm 깊이로만 채워주어야 합니다.

둘째, 매일 물을 갈아주고 용기를 세척해야 악취를 막습니다. 수경재배 시 발생하는 퀴퀴한 냄새는 물속의 이산화탄소가 고이고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신선한 수돗물로 갈아주고, 대파를 꺼내어 뿌리에 묻은 미끈거리는 점액질을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내야 합니다. 대파를 담아둔 컵 안쪽도 주방세제로 가볍게 닦아주면 벌레가 꼬이는 것을 완벽히 방지할 수 있습니다. 수경재배는 무한정 키울 수는 없고, 보통 2~3회 정도 새 순을 잘라먹으면 영양분이 고갈되어 대파가 점차 가늘어지므로 이때는 폐기하고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셋째, 더 오래 튼튼하게 먹으려면 토양 재배로 전환하세요. 만약 한 번 심어서 서너 달 이상 튼튼한 대파를 수확하고 싶다면 화분에 심는 토양 재배가 정답입니다. 2편에서 배운 배양토 8, 마사토 2 비율의 흙에 대파 뿌리를 심는데, 이때도 대파의 하얀 몸통 전체를 흙 속에 파묻으면 안 됩니다. 뿌리 바로 위 하얀 대의 절반 정도만 흙에 묻히도록 얕게 심어야 통기가 잘되어 무르지 않고 대가 굵게 자랍니다. 물은 겉흙이 바짝 마른 것을 손가락으로 찔러 확인한 뒤 밑으로 흘러나올 때까지 듬뿍 줍니다.

아파트 베란다의 필수품, 상추 모종으로 시작하는 토양 재배

상추는 씨앗부터 키우면 싹을 틔우고 솎아내는 과정이 너무 길고 지루해 중간에 포기하기 쉽습니다. 홈가드닝 초보자라면 화원이나 시장에서 한 포트에 몇 백 원 하는 '모종'을 사서 시작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1. 모종을 화분에 옮겨 심는(정식) 올바른 방법 상추 모종을 사 오면 3편에서 고른 슬릿분이나 길쭉한 플라스틱 화분에 옮겨 심어야 합니다. 상추는 옆으로 잎이 넓게 퍼지며 자라므로 모종과 모종 사이의 간격을 최소 10~15cm 이상 넉넉히 띄워주어야 합니다. 너무 붙여 심으면 자라면서 서로 햇빛을 가리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 아랫잎들이 누렇게 썩어버립니다. 심을 때는 기존 모종 포트에 있던 흙 높이와 새 화분의 흙 높이가 수평이 되도록 맞춰주고, 뿌리가 다치지 않게 주변 흙을 가볍게 토닥여 준 뒤 물을 듬뿍 주어 뿌리와 새 흙이 밀착되도록 합니다.

  2.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상추 물주기 루틴 상추는 잎의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을 아주 좋아하는 작물입니다. 하지만 실내 베란다는 앞서 강조했듯 물마름이 느리기 때문에 매일 주면 뿌리가 썩습니다. 아침에 베란다에 나가 상추 잎을 살짝 만져보았을 때, 빳빳하던 잎이 부드럽고 살짝 힘없이 처지는 느낌이 들 때가 물주기 골든타임입니다. 혹은 화분 안쪽 흙을 2cm 정도 찔러보아 물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 샤워기로 흙 조준하여 바닥 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시원하게 줍니다. 물을 줄 때는 가급적 잎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흙 위에 바로 주는 것이 병해충을 예방하는 팁입니다.

  3. 수확할 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상추가 자라나면 가장 바깥쪽(아래쪽)에 있는 큰 잎부터 차례대로 수확해야 합니다. 잎을 딸 때는 줄기에 바짝 붙여서 손가락으로 툭 옆으로 꺾듯이 깔끔하게 따주어야 합니다. 줄기에 잎 자투리가 지저분하게 남아있으면 그곳으로 균이 침투해 줄기 전체가 상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잎을 다 따버리면 상추가 광합성을 하지 못해 성장이 멈추므로, 상단에 최소 4~5장 이상의 어린잎들은 항상 남겨두고 수확하는 것이 지속적인 수확을 이어가는 비결입니다.

실내 채소 재배의 한계와 주의사항

아파트 실내에서 키운 상추는 마트에서 파는 것처럼 손바닥만 하고 두껍게 자라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남향 베란다라 할지라도 유리창을 거치며 자외선이 차단되기 때문에 잎이 다소 얇고 연하게 자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만약 줄기만 엉성하게 위로 길게 자란다면 이는 100% 광량 부족(웃자람)이므로, 즉시 베란다에서 가장 해가 잘 드는 명당자리로 화분을 옮겨주어야 합니다.

화학 비료를 과하게 주면 잎 끝이 타들어 가거나 사람이 먹기에 부적합할 수 있으므로, 영양이 부족해 보일 때는 희석한 천연 액체 비료를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아주 옅게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내 손으로 키운 무농약 청정 채소로 식탁을 풍성하게 꾸미는 기쁨을 이번 주말 대파와 상추 모종을 들이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핵심 요약

  • 대파 수경재배는 줄기가 무르는 것을 막기 위해 뿌리 부분만 1~2cm 깊이로 아주 얕게 물을 채우고, 매일 물 교체와 용기 세척을 진행해야 악취가 나지 않습니다.

  • 상추는 씨앗보다 모종으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며, 이식 시 모종 간격을 10~15cm 이상 확보해야 햇빛과 바람의 통로가 차단되지 않습니다.

  • 상추 수확 시에는 줄기 썩음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아랫잎부터 줄기에 바짝 붙여 깔끔하게 따주고, 광합성을 위해 상단 어린잎은 항상 남겨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