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잎채소를 수확하는 재미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손길이 가는 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특유의 싱그러운 향으로 코를 즐겁게 하고 요리의 품격을 높여주는 '허브'입니다. 그중에서도 바질과 로즈마리는 홈가드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표적인 품종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허브들을 하나의 곧은 기둥에 동글동글한 머리를 올린 형태인 '외목대(토피어리 형태)'로 키우는 것이 유행입니다.

저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멋지게 자란 로즈마리 외목대 사진을 보고 반해 곧바로 화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치 미니 나무를 축소해 놓은 듯한 정갈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죠. 하지만 의욕과 달리 가지치기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애써 키운 줄기가 통째로 말라 죽거나, 대머리독수리처럼 잎이 엉성해져 속상해하곤 했습니다. 허브를 아름답고 풍성한 외목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무작정 가위질을 하기보다, 식물의 생장 점을 이해하는 영리한 가지치기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바질과 로즈마리를 멋진 외목대로 다듬어가는 실전 테크닉을 공유합니다.

외목대 만들기의 첫걸음: 중심축 선정과 뼈대 세우기

많은 분이 화원에서 이미 완성된 비싼 외목대 화분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손가락 한 마디 만한 작은 포트 묘로도 얼마든지 나만의 외목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기 때부터 직접 수형(나무의 모양)을 잡아가는 과정이 가드닝의 진짜 묘미입니다.

첫째, 가장 곧고 튼튼한 ' 메인 줄기' 하나만 남깁니다. 처음 포트 묘를 사 오면 바닥 쪽에서 여러 갈래의 얇은 줄기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와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굵고, 굽어짐 없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중심 줄기를 딱 하나 선택합니다. 선택된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잔줄기들은 가위로 아깝더라도 과감하게 밑동까지 바짝 잘라내 줍니다. 오직 하나의 기둥에 모든 영양분이 집중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과정입니다.

둘째, 식물이 휘어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세워줍니다. 외목대로 자라기 전의 어린 줄기는 바람이나 물의 무게 때문에 쉽게 옆으로 눕거나 꺾입니다. 줄기 바로 옆에 다이소나 원예 자재 매장에서 파는 얇은 지지대(원예용 철사나 대나무 꼬지)를 깊숙이 꽂아줍니다. 그리고 원예용 타이 나 빵 끈을 이용해 중심 줄기와 지지대를 느슨하게 묶어줍니다. 이때 너무 꽉 묶으면 줄기가 굵어지면서 파고들어 상처가 날 수 있으므로,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숫자 8자' 모양으로 여유를 두고 묶어주는 배치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셋째, 원하는 키가 될 때까지 '생장 점'을 절대 자르지 마세요. 식물의 맨 꼭대기에는 위로 자라게 만드는 생장 점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기둥의 높이(보통 20~30cm)까지 자랄 때까지는 위쪽은 건드리지 않고, 줄기 옆에서 돋아나는 곁가지와 아랫잎들만 주기적으로 정리해 줍니다. 기둥 부분이 깔끔해질수록 우리가 원하는 나무의 형태에 가까워집니다.

풍성한 머리를 만드는 마법: 생장 점 자르기(순지르기)의 타이밍

중심 줄기가 내가 원하는 높이까지 무사히 자랐다면, 이제 밋밋한 막대기 윗부분을 동그랗고 풍성한 '나무 머리(수관)'로 채워줄 차례입니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바로 '생장 점 자르기(순지르기 또는 적심)'입니다.

  1. 바질의 폭풍 성장을 유도하는 잎 차례 계산법 바질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외목대 연습을 하기에 가장 좋은 파트너입니다. 원하는 높이에서 맨 위쪽 줄기 끝을 가위로 톡 잘라내면, 신기하게도 그 아래 마디 양옆에서 두 개의 새로운 곁가지가 동시에 뻗어 나옵니다. 이 두 가지가 다시 한 마디 자라나면 끝을 또 잘라줍니다. 그러면 2개의 가지가 4개가 되고, 4개가 8개, 8개가 16개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순식간에 풍성한 공 모양을 만들게 됩니다. 보통 한 마디에 잎이 4장 이상 본 잎이 튼튼하게 자랐을 때가 가위질을 할 골든타임입니다.

  2. 로즈마리의 목질화 현상과 가지치기 주의사항 로즈마리는 바질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하고 갈색으로 변하는 '목질화'가 진행됩니다. 로즈마리 가지치기를 할 때 초보 가드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이미 갈색으로 딱딱하게 변해버린 목질화된 부위를 싹둑 자르는 것입니다. 초록색 유연한 줄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자는 눈(정아)들이 많아 자르면 새순이 잘 돋아나지만, 완전히 갈색 나무가 된 부위는 잘라내면 새순이 돋아나지 못하고 그대로 마른 뼈대만 남게 됩니다. 따라서 로즈마리는 반드시 갈색 기둥 위쪽에 남아있는 '초록색 건강한 줄기' 부분만 다듬어 나가야 풍성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통풍을 고려한 내부 속 솎아내기 머리가 점점 동그랗고 빽빽해질수록 기분은 좋지만, 실내 베란다 환경에서는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게 됩니다. 머리 안쪽 공간이 너무 밀집되면 빛이 들어가지 않아 안쪽 잎들이 노랗게 하엽(아랫잎이 지는 현상) 지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 허브의 천적인 흰가루병이나 응애 같은 해충이 생기기 쉽습니다. 가끔 머리 안쪽을 들여다보고, 서로 겹쳐서 햇빛을 가리거나 안쪽으로 기어들어 가며 자라는 약한 잔가지들은 과감히 솎아내 주어 내부 공간을 시원하게 비워주는 홈 케어 습관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정성을 더하는 물주기와 영양 공급의 타이밍

외목대로 키우는 허브는 일반 식물에 비해 잎의 밀집도가 높고 가위질로 인한 스트레스를 자주 받기 때문에, 세심한 수분 관리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로즈마리는 3편에서 배운 토분에 심고 마사토 비율을 40% 이상 높였기 때문에 물마름이 생각보다 굉장히 빠릅니다.

로즈마리는 물이 부족하면 잎 끝이 아래로 살짝 구부러지며 특유의 생기를 잃어버리는데, 이 신호를 놓치고 완전히 바짝 말려버리면 다시 물을 주어도 부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분을 들어보아 평소보다 가벼워졌거나 겉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대야에 물을 받아 화분 밑바닥부터 물을 흡수시키는 '저면관수' 방식으로 한두 시간 정도 푹 물을 먹여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가지치기를 자주 한 후에는 식물이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맑은 날 아침에 희석한 원예용 액체 비료를 흙 위에 살짝 공급해 주면 새순이 돋아나는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집니다.

내 손끝에서 조금씩 동그란 나무의 형태로 변해가는 허브를 바라보는 것은 홈가드닝이 주는 가장 높은 수준의 시각적, 후각적 보상입니다. 잘라낸 바질 잎으로는 향긋한 바질 페스토를 만들고, 로즈마리 잎은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실용적인 기쁨까지 누릴 수 있죠. 이번 주말에는 베란다의 작은 허브 포트 하나를 골라 중심 기둥을 세우는 작은 가위질부터 시작해 보세요. 나만의 작은 미니 정원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핵심 요약

  • 허브 외목대 만들기는 가장 곧고 튼튼한 중심 줄기 하나만 남기고 지지대를 세워 원하는 높이까지 꼭대기 생장 점을 보존하며 키우는 것이 기본입니다.

  • 바질은 생장 점을 자르면 한 마디에서 2개의 가지가 번식하는 원리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순지르기를 반복하며 풍성한 구형 머리를 완성합니다.

  • 로즈마리는 갈색으로 변한 목질화 부위를 자르면 새순이 나지 않으므로 반드시 상단의 초록색 줄기를 다듬어야 하며, 내부 밀집 가지를 솎아주어 통풍을 확보해야 합니다.